보르도는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와인을 생산하는 가장 넓은 지역이고 와인 애호가들의 절대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곳이다.
보르도의 생산 지역은 프랑스의 남서쪽 지롱드(Girond) 강과 그 두 같레 지류인 도르도뉴(Dordogne) 와 가론느(Garonne) 강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다. 보르도란 명칭은 물의 가장자리(au bord de l’ eau)란 말에서 유래되었고 강을 중심으로 와인지역은 크게 세 개의 지역으로 구분된다.
(1) 하나는 가론 강의 좌안과 지롱드 강 안쪽에 펼쳐진 지역으로, 동쪽 강가에 포도가 재배되며 자같, 조약돌 또는 모래진흙으로 구성된 석회질 하층토로 되어 있어 최상의 포도 재배 토양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메득과 그라르, 소떼른 지역이 이 지역에 속한다.
(2) 둘째로는 지롱드 강과 도르도뉴 강 우안으로 이회암과 진흙이 섞인 석회암이 주를 이루는 언덕이 있는 프롱삭(Fronsac), 볼라이(Blaye)와 부르(Bourg) 지역과 남쪽 지역에 모래와 약간의 자같로 언덕이나 평원을 이루고 있는 생떼밀리옹 지역으로 구분된다.
3) 마지막으로는 도르도뉴강과 가론강 사이에 석회고원인 앙트르 드 메르(Entre-deux-Mers) 지역이 있고 가론강 남쪽 강변을 따라 꼬뜨(Cote) 지역이 연결되어 있다. 본 논문에서 다루고자 하는 와인은 보르도에서도 메독과 소떼른 지역의 와인이다.
국내에서도 와인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 가면서 최근 들어 뜨고 있는 것이 와인여행이다. 이는 전 세계적인 추세로 미국에서는 와인여행을 소재로 한 영화 <사이드웨이>(Sideways)를 방영하면서 와인을 만드는 포도품종인 피노누아(Pinot Noir)가 날개 달린 듯 판매가 되고, 와이너리로 신혼여행을 떠나는 신혼부부들도 쉽게 발견하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또한 한국의 음주문화도 점차로 와인문화로 자리바꿈해 가는 걸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냥 마시고 취하기보다는 음미하고 즐기면서 건강까지 고려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와인을 즐겨 마시는 사람들은 아름다운 성이 있는 샤토(Chateau=성이 있는 포도밭)의 여행을 가장 경험하고 싶어한다. 좋아하는 와인을 만드는 과정을 눈으로 보고, 그 포도를 맛보기도 하며, 또한 와인을 만드는 사람들을 직접 만나고 싶어한다. 포도밭 위에 서 있는 성의 귀족적인 아름다운 자태를 직접 눈으로 보고 실제로 그 안에서 하룻밤 보낼 수 있는 것만큼 설레는 일은 없을 것이다.
최고의 와인을 생산하는 걸로 이미 명성이 높은 프랑스의 보르도(Bordeaux)는 그 중 가장 많이 가고 싶어하는 와인산지로 손꼽힌다. 그곳에서는 최고의 와인과 성주를 만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운이 좋다면 성주와 함께하는 촛불 아래 저녁 만찬도 가능하다. 바쁜 수확철에는 방문객이 성가실 수 있으니, 수확 이후인 늦가을부터 새봄이 오기까지를 택하는 게 좋다. 그 시기는 여유로운 휴식의 시간이며, 각종 다양한 와인시음이라든가 축제를 자주 볼 수 있다. 이미 수확이 끝난 황금빛 포도밭은 눈이 부실 정도로 푸른 가을하늘 아래 아름답게 빛난다. 새들을 위해 남겨둔 몇몇 포도송이들이 까맣게 익어 매달려 있고, 갈색 포도잎은 낙엽이 되어 땅을 덮는다. 와이너리에서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 지하동굴 셀러에 잠자고 있는 와인들이 그득하다. 그런 와인의 고장인 보르도로 떠나는 와인여행은 지금부터가 가장 좋을 듯하다.
보르도는 프랑스 파리의 챨스드골 국제공항에서 비행기로 약 1시간20분 정도 걸린다. 보르도 시내는 우리나라 광주시보다 약간 작은데, 위성도시를 포함한 보르도 와인산지 전체를 보면 보르도의 북쪽 끝단에서 남쪽 끝단까지 자동차로 2시간도 걸리지 않는다.
2000여년의 와인 역사와 함께 보르도 와인이 지닌 그 특유의 우수성을 물어보면,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테루아(Terrior)’가 있었기에 가능하다는 얘기를 한다. 테루아란 각 지역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토양, 완벽한 기후, 태양, 그리고 그들만이 가지고 있는 노하우(Know how)의 절묘한 조화의 결과를 모두 통틀어 일컫는 말이다. 보르도는 이런 테루아가 우수한 지역이다. 아틀란틱 해양의 영향을 받고 있는 보르도는 약 400만년 전에는 바다 속에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도 땅을 파면 한 번씩은 조개껍질을 채취할 수 있다고 한다. 보르도 시내에 위치한 17~18세기에 만들어진 수도원 교회 건축물을 살펴보면, 조개껍질이 있는 토양으로 벽을 만들었다는 걸 발견할 수 있다.
보르도의 와인 총 생산량 중 레드와인이 80%를 차지하는데, 이 레드와인은 항상 여러 품종을 함께 섞어 만든다. 두 가지에서 다섯 가지 품종까지 혼합하게 되는데, 주로 사용하는 품종은 카베르네쇼비뇽(Cabernet Sauvignon), 카베르네프랑(Cabernet Franc), 메를로(Merlot), 프티베르도(Petit Verdot), 말벡(Malbec)이다. 카베르네쇼비뇽과 메를로가 주요 포도품종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며, 말벡의 사용률은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사실 이 품종은 이제 아르헨티나에서 오히려 더욱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가론(Gironde) 강을 중심으로 좌측에 있는 지역을 좌안(Left Bank)이라 부르는데, 주로 메독(Medoc)과 페삭레오냥(Pessac-Leognan) 지역이 속한다. 이곳 와인은 블랙커런트의 향과 맛이 주를 이루면서도 타닌(Tannin : 와인의 떫은 맛)이 강하다. 또한 이곳은 토양, 담배, 과일 등 2차 아로마가 나오는 게 특징이다. 보르도의 우안(Right Bank)이라 불리는 생테밀리옹(Saint-Emilion)과 포므롤(Pomerol)에는 모래와 라임스톤(석회암)이 많은데, 메를로 품종이 우수해 많이 재배한다. 와인 초보자들에게 훨씬 더 좋은 반응을 얻는 지역 와인들은 비교적 강하지 않으면서 부드러운 타닌을 자랑한다.
보르도에는 와인 외에도 재밌게 즐길 수 있는 거리가 많다. 메독 지방의 마고(Margaux)는 섬세하고도 우아한 고급 와인을 많이 생산하는 곳으로 더 알려져 있지만, 마고 호텔에서는 골프를 즐길 수 있도록 마련해 놓았다. 호텔 객실은 20개 정도밖에 되지 않지만, 4성급의 디럭스 호텔이며 골프장과 스파(Spa)를 함께 운영한다. 메독 지방 남쪽 아래로 20~30분 정도 더 내려가면 페삭레오냥이 나온다. 이곳에는 보로에서 유일한 와인 스파로 알려진 코달리(Caudalie)샘이 있는데, 매우 잘 알려진 특급와인을 만드는 샤토 스미스 오 라피트(Chateau Smith Haut Lafite)가 직접 운영한다. 보르도에서 유일한 이곳은 숙박까지 가능하며 자체 특허를 낸 비노테라피(Vino Theraphy)라는 공법을 이용한 피부마사지와 몸매관리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이곳에서 만든 코달리라는 고급 화장품도 전 세계로 수출하면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기도 한다. 경관이 좋아 주변에서 승마하는 사람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아름다운 마을이다.
여전히 보르도의 특급 와인들의 인기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다. 이들 특급 와인들은 포도주가 익어가는 중에 이미 네고시앙(Negotian : 와인중개상)에게 모두 팔려 버린다. 이는 프랑스만이 자랑하는 2000년이 넘는 프랑스의 와인 역사에 따른 전통성과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장인정신, 그리고 그들만의 자존심으로 만들어 낸 결과는 아닐까. [출처. 와인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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