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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이야기]

와인 빈티지, 와인라벨에 적힌 년도의 의미, 와인 빈티지란 무엇일까?, 굿빈과 망빈, 생빈(생일 빈티지)

by Sugarone 2024. 7.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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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병에 붙어 있는 라벨은 많은 정보를 담고 있습니다. 유럽 등 많은 나라에서 의무적으로 라벨에 담아야할 정보를 법으로 규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라벨을 읽는다는 것은 와인의 핵심 정보를 이해한다는 의미와도 같습니다. 오늘은 와인을 사면 적혀 있는 것중 하나인 와인의 '연도', 빈티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와인 라벨의 연도 의미, 빈티지의 의미

와인 라벨에 적힌 연도를 '빈티지'라고 하며 기본적인 의미는 와인을 만드는데 사용한 포도를 수확한 해입니다. 사용한 포도를 수확한 해라고 이야기하는 이유는 포도를 수확한 해와 와인을 양조한 해, 그리고 최종 와인을 병입한 해가 서로 다른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와인 라벨 정보
와인 라벨 정보

예를 들어 와인을 만드는데 쓸 포도를 2020년 가을에 수확했지만, 양조는 2020년 겨울에 한 뒤 오크통에서 오랫동안 숙성했을 수가 있습니다.

와인 라벨의 정보
와인 라벨의 정보

2년을 오크통에서 숙성한 뒤에 병에 담았다면 22년 겨울에 이 와인은 출시될 것이며 소비자가 해당 와인을 만나는 시점은 2022년 겨울 내지는 2023년이 될 것입니다. 나라에 따라 이 숙성 기간을 법으로 길게 정해놓은 곳도 있는데 대표적인 곳이 바로 스페인과 이탈리아입니다. 스페인의 '그랑 레제르바' 등급의 경우, 총 숙성기간이 60개월 즉 5년에 달합니다. 2015년 빈티지의 스페인 그랑 레제르바 와인은 아무리 빨라도 2020년에야 만나볼 수 있다는 뜻입니다.

굿빈과 망빈, 생빈

굿빈이라고 부르는 개념도 있는데, 이는 굿 빈티지를 줄여 부르는 말입니다. 포도를 수확한 해의 작황이 워낙 뛰어나서 다른 해보다 월등한 수준의 와인이 만들어지는 해를 의미합니다. 작황이 매우 좋다면 와인이 출시되기도 전에 선물거래 시장에서 와인이 비싼 값에 팔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와인 애호가들 중에서는 기념일이나 자녀가 태어난 해를 기념하는 '생일 빈티지'를 사들이는 분들이 계십니다. 이 역시도 만약 아이가 2018년도에 태어났다면 정작 와인을 구할 수 있는 해는 2020년 이후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생일 빈티지로 쓸만큼의 의미가 있는 와인이라면 숙성 잠재력이 커서 와이너리 내에서 묵히는 기간이 제법 길기 때문입니다. 망빈은 말 그대로 망한 빈티지라는 의미로 은어로 사용됩니다. 해당 와인이 만들어진 해의 포도의 작황이 좋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남반구와 북반구의 차이

지구는 둥글고 남반구와 북반구의 계절이 시작하는 시기가 정 반대입니다. 한국이 겨울이면 뉴질랜드는 여름인 것을 떠올리시면 됩니다. 따라서 북반구인 프랑스에선 4월부터 10월까지가 포도의 생장주기인 반면, 뉴질랜드는 10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가 생장주기입니다. 남반구 쪽의 빈티지가 북반구보다 한 해 정도 느린 이유가 바로 이 때문입니다.

 

넌(논)-빈티지 와인

와인 중에서는 라벨에 빈티지가 표시되어 있지 않은 와인도 존재하는데 이런 와인을 통틀어서 논 빈티지 와인이라고는 합니다. 그런데 논 빈티지 와인이 나오는 이유도 워낙 다채롭고 다양해서 콕 하나를 찝기가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초저가 벌크 와인 중에서 논 빈티지 와인이 많습니다. 재고로 잔뜩 쌓여서 오래 묵혀놓은 전년도 포도즙 등을 뒤섞는 방식으로 와인을 만드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고급 스파클링 와인의 대명사인 샴페인 중에서도 논 빈티지 와인이 많은데 이유가 정 반대입니다. 샴페인을 만드는 '샴페인 하우스'의 저력은 '얼마나 많은 리저브 와인'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빈티지
빈티지

오래 보관한 리저브 샴페인을 섞어서 샴페인에 풍미를 부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당연히 보관해둔 와인을 섞기 때문에 빈티지 표기가 어려운 것입니다. 비슷한 이유로 주정강화 와인의 대명사 중 하나인 쉐리 역시 논 빈티지 와인이 대부분입니다. 쉐리같은 경우는 솔레라 시스템이라는 독특한 방식을 통해 와인을 섞기 때문에 역시 빈티지를 표기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이렇게 여러해를 섞는 이유는 딱 한 가지가 아닙니다. 남아도는 포도를 써먹기 위해서일수도 있지만, 와인 품질의 균일성을 보여주기 위해서이기도 합니다. 매년마다 와인의 품질이 들쑥날쑥하다면 와이너리의 실력 자체를 의심받기 때문입니다.

와인을 오래 묵히면 좋다?

이런 생각이 널리 퍼지게 된 이유는 아마도 마케팅이나 미디어 노출의 영향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영화나 드라마 등에선 주인공이 멋진 장면에서 몇십년 된 와인을 꺼내면서 '풍미가 굉장하군' 이런 류의 대사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신의 물방울 같은 만화책에선 100년도 더 된 샤토 마고가 클레오파트라와 닮았다는 등의 황당무계한 이야기를 합니다. 이런 묘사가 옳냐 그르냐를 떠나서, 대부분의 사람이 접하는 와인은 오래 묵힐수록 좋지 않다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즉 빈티지가 최근일수록 좋은 와인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 이유는 와인의 설계에 있습니다. 모든 와인은 아무 생각없이 만드는 게 아니라 나름의 플랜 아래 양조됩니다.

와인 빈티지 차트
와인 빈티지 차트

A라는 와인을 철저하게 대중지향적으로 만들고 싶다면, 의도적으로 잔당을 많이 남기고 오크향을 지나칠 정도로 남긴다든지, 탄닌의 수준을 줄이는 등의 방법을 쓰면 됩니다. 만약 양조자가 와인을 초장기숙성형으로 만들고 싶다면 추출의 강도도 더 높일 것이며, 탄닌의 수준도 올리는 등의 방법을 쓸 것입니다. 그런데 거의 95% 정도의 와인은 '이지드링킹' 즉 일상소비용 와인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와인을 만들 때부터 '장기숙성'을 전혀 염두에 두지 않고 만든 와인이라는 뜻입니다. 이런 와인은 보통 갓 만들어진 시점에서 1~2년 사이가 최고의 시음 적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95%의 와인을 만약 5년 이상 묵힌 뒤 마신다면 어떻게 될까요? 탄닌은 풀어질 대로 이미 다 풀어졌을 것이며, 과실중심의 향은 전부 날아가버렸을 겁니다. 만약 오크를 쓴 와인이라면 1차향이 하나도 없는 2차향만 어색하게 남아 있는 밸런스가 깨진 와인일 것입니다. 생산자가 '바로 드세요' 하고 만든 와인인데, 그걸 5년 이상 놔두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는 뜻입니다.

 

품종에 따라 바로 마셔야할 와인이 있다

와인 중에서는 들어간 포도 품종에 따라서 바로 마셔야할 것들이 있습니다. 스페인의 대표적 화이트 품종인 '알바리뇨'란 것이 있습니다. 대부분 오크 숙성을 하지 않으며, 매우 상쾌하고 강렬한 레몬과 자몽의 뉘앙스가 있는 품종입니다.

와인품종
와인품종

이런 와인을 만약 5년이 지난 뒤에 마신다면 어떨까요? 아마도 이 품종의 최고 장점인 '강렬한 과실풍미'가 전부 사라진 뒤일 겁니다. 이탈리아 에밀리아 로마냐 지역에선 '람브루스코'라는 이름의 레드 스파클링 와인이 있습니다. 이런 와인도 2년 안에 소비해야 마땅합니다. 람브루스코 와인은 딸기와 앵두, 베리류의 가벼운 과일향을 개성으로 치는 와인입니다. 역시 5년 뒤에 마신다면 강렬한 붉은 과일 캐릭터는 이미 하늘로 날아간 뒤일 것입니다. 미디어의 영향 때문에 프랑스 부르고뉴 와인을 장기숙성해야한다고 오해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일부 최상급의 부르고뉴 와인을 제외한다면, 대부분의 프랑스 부르고뉴 피노 누아 와인은 5년 안에 소비하는 것이 낫습니다. 이유는 앞과 마찬가지인데, 붉은 과일류의 은은한 향이 매력인 게 바로 부르고뉴 피노인데, 5년을 넘어간다면 이 가장 큰 개성이 사라진 뒤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와인은 빈티지를 따질 필요가 없다?

와인 애호가 중에서는 데일리 와인을 사는 자리에서 빈티지를 따지는 사람도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95%의 와인은 일상소비용 이지드링킹 와인입니다. 빈티지를 따진 다는 것은 소위 말하는 '굿빈'을 따져서 그 해에 수확한 포도로 만든 와인만 소비하겠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95%의 이지드링킹 와인은 굿빈이고 망빈이고 할 게 별로 없습니다. 대부분이 대량생산 방식을 취하는 와인이라서 품질이 대체로 균일한데다 무엇보다 숙성을 염두에 두고 만든 와인이 아니기 때문에 숙성 기대치를 살펴볼 수 있는 빈티지를 따질 이유 자체가 없기 때문입니다. 만약 데일리 와인을 사는데 빈티지를 따지고 앉아 있는 사람이 있다면 과감하게 손절하시기 바랍니다. 이런 사람들은 대체로 와인을 '허세'로 즐기는 확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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