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술이야기]

[술이야기] 진 (Gin), 진 종류, 진 원료

by Sugarone 2023. 7. 1.
728x90

진(Gin)은 위스키인가?

 
보드카(Vodka)와 진을 거의 같은 술로 생각하지만 무색·무취·무미의 보드카와는 달리 진(Gin)은 고유의 맛이 있다. 진의 맛은 독하고, 단맛이 없고, 송진 향 같은 냄새와 맛이 솔솔 나고, 식물 냄새 같은 것도 좀 나는 술이다. 진을 대표할만한 특징은 '송진 향' 같은 냄새인데, 이를 Juniper-Flavoured(진의 필수요소)라고 한다.
 

진(GIn)

쥬니퍼 베리(Juniper Berry)

 
진(Gin)이라는 술의 처음 제조 목적은 의약용이었다. 정력에 좋은 복분자를 술로 만들어 약용주로 마시듯, 해열과 이뇨 등에 좋은 열매를 술에 넣고 다시 증류하여 만든 술. 그것이 진(Gin)의 모태가 되는 약용주다. 이 때 들어갔던 열매가 쥬니퍼 베리다. 쥬니퍼 베리는 'Juniper에서 자라는 열매(Berry)'다. 우리나라 말로는 노간자나무 열매 혹은 두송실이라고 부른다.
 
최초의 진에 들어간 이 열매는, 현재까지도 진의 필수 재료이며, 진만의 독특한 향기(솔 향기와 비슷한)는 이 열매에서 비롯한다. EU에서 정의에 따르면(2019년 기준) 진(Gin)은 쥬니퍼 향이 나야하고(Juniper-flavoured), 재료에 쥬니퍼베리가 포함되어야(produced with juniper berries) 한다. 그리고 실제로도 진(Gin)의 이름을 달고 있는 모든 술에는 쥬니퍼베리가 포함된다. 그래서 진이라는 이름이 있는 모든 술은 '송진 향' 같은 것이 솔솔 풍기는 것이다.
 

쥬니퍼베리

진Gin) 스타일

 
쥬니퍼베리 향으로 대표되는 진(Gin)이지만 진에는 다양한 스타일이 존재한다. 진(Gin)이라는 술은 네덜란드가 낳고, 영국이 길렀으며, 미국에서 부흥을 맞이했다. 진(Gin)은 네덜란드에서 약용으로 개발되어, 음용으로까지 팔리기 시작했으며 그 당시 사용했던 이름이 Genever, Junever 등이다. 그러던 중 영국으로도 수출되었는데, 영국에서는 Genever의 앞 글자를 따 Gen이라고 부르기 시작했고, 이는 다시 Gin으로 바뀌어갔다. 처음 진이 도입될 당시, 영국은 럼(Rum)이 지배하고 있었다. 그러나 럼의 원재료인 당밀 수급이 전쟁으로인해 매우 부족해지기 시작하였고, 그 자리를 진이 차지하게 된다. 진은 다시 미국으로도 건너가 수많은 칵테일을 낳음과 동시에, 자체적인 변화를 통해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게 된다.
 
더치 진(Dutch Gin)
 
네덜란드 스타일의 진은 부르는 이름이 다양하다. Dutch Gin, Holland Gin, Junever, Genever 등등. 심지어 Junever나 Genever는 각국의 발음에 따라 쥬네버, 예네베르, 예네버르 등 다양하게 읽을 수 있어, 약간 혼란스럽다. 그래서 이 글에서의 용어는 '더치 진(Dutch Gin)'으로 통일하고자 한다. 최초 진(Gin)이 네덜란드에서 개발되었을 때와 가장 유사한 모습을 띄고 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최초의 진은 보리와 호밀등의 곡물을 증류해 만든 술에 쥬니퍼베리를 넣고 다시 증류하여 만든 술이다. 지금도 제작 과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더치 진은 몰트와 쥬니퍼베리 향이 강하며, 단맛이 있고, 맛이 묵직한 특징이 있다. 대표적인 더치 진으로는 1700년대부터 술을 만들어온 네덜란드의 볼스(Bols)가 있다.
 
몰트(발아한 보리), 옥수수, 호밀 등을 섞은 원료를 발효한 뒤, 이를 큰 통(Still)에 넣고 끓여 알코올을 추출한다(이런 방법을 단식 증류(Pot Still)라고 한다). '주정'을 만드는 과정인데, 이렇게 추출된 주정은 몰트 와인(Malt Wine)이라 부르며, 통상 50%~60%의 알코올 함량을 갖는다. 이 과정은 최소 한 번은 이루어지고, 경우에 따라 2~3회 반복하여 주정을 얻기도 한다.
 
추출된 주정인 몰트 와인을 다시 통에 넣고 증류한다. 단, 이번에는 통 중간에 그물망(혹은 판)을 설치하고, 그 위에 쥬니퍼베리등의 방향식물을 올린 상태로 증류한다(이 그물망을 Gin Head라 부른다). 몰트 와인에서 알코올이 추출되면서 방향식물을 만나 향이 덧씌워지는 것이다. 이 때 만들어지는 원액은 약 50% 정도의 알코올을 포함한다. 최종적으로 물과 희석하여 40% 정도의 수준으로 알콜 함량을 낮춘 뒤 병입하여 판매한다. 주정의 알코올 도수가 50%~60%라면, 이는 주정이 순수 알코올(100%)과는 거리가 꽤나 멀다는 이야기다. 그만큼 주정 자체에는 물 뿐만 아니라 곡물에서 나오는 각종 향이 많이 포함되어 있고, 바디(Body)가 꽤나 묵직해진다. 또한 쥬니퍼베리등의 향도 보다 강하게 원액에 묻어나는 특징이 있다.

런던 드라이 진(London Dry Gin)

 
우리가 만나는 가장 대표적인 진이 런던 드라이 진이다. 진이 들어가는 모든 칵테일 레시피의 기본이며, '진?' 하고 떠올렸을 때 생각나는 맛은 바로 이 런던 드라이 진이다. 런던 드라이 진은 런던 진(London Gin)과 드라이(Dry)의 합성어이며, 각각은 따로 쓰일 수 있는 이름이다. 런던 진이라고 드라이일 필요는 없으면, 드라이한 진이라고 꼭 런던 진일 필요는 없다. 그래서 이 둘을 구분해서 아는 것이 좋다.
 
드라이(Dry)
 
진(Gin)에 붙은 '드라이(Dry)'라는 단어를 많이 봤을 것이다. 영국식 진은 맛을 내기 위해 약간의 단맛을 내는 전화당(invert sugar, 포도당+과당)을 첨가하는데, 이 전화당의 양이 1리터당 0.1그램 이하면 'Dry'라는 표현을 사용 할 수 있다. 설명에서도 알 수 있듯, 'Dry'라는 뜻은 달지 않다는 의미이며, 이는 어떠한 진에도 붙을 수 있다. 만약 어떤 진(Gin) 제품에 'Dry Gin'이라고 적혀 있다면, 이는 '진(Gin)' 중에서도 'Dry'하게 만들어졌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렇다면 런던 진은 무엇인가. 런던 진을 알기 위해서는 EU에서 정의하는 Gin/Distilled Gin/London Gin에 대해 각각 알아보는 것이 좋다.
 

 
알코올을 함유한 주정(Base Spirits)과 향료(Flavourings)를 혼합하여 병입한 술이다. 향미 중에서는 쥬니퍼베리향이 제일 도드라져야 한다. 주정과 향료는 함께 증류 할 필요 없이 각각 제조하여 섞는다. 이 때 항료는 자연 추출물일 필요는 없으며, 인공 향료를 섞는 것도 가능하다. 콜드 컴파운디드 진(Cold-Compounded Gin)이라고도 한다.
 
디스틸드 진(Distilled Gin)
 
주정(Base Sprits)과 향료(Flavourings)를 함께 증류하여 만든 진(Gin)이다. 위에서 설명한 더치 진(Dutch Gin)처럼 주정을 먼저 만들고, 향료와 함께 한 번 더 증류하여 만든다. 하지만 더치 진과 주정을 만드는 증류 방법이 다르다. 더치 진은 증류 할 때 단식 증류(Pot Still Distillation, 하나의 통으로 한 번 증류하는 방식)를 사용했다면, 디스틸드 진을 만들 때는 연속식 증류(Column Still Distillation)를 사용한다(연속식 증류에 대해 설명하면 글이 길어져 여기서는 설명하지 않는다). 두 가지 Gin이 추구하는 방향성이 다를 수도 있겠지만, 아마도 증류 방식의 차이는 기술의 발전으로 생겼을 것이다.
 
네덜란드에서 더치 진을 만들 당시는 연속식 증류 방법이 개발되기 전이었기 때문에 단식 증류 밖에 방법이 없었으나, 영국에서 진이 부흥한 시기에는 연속 증류가 개발되었다. 연속식 증류를 사용하여 추출한 주정은 순수 알코올에 가깝다(알코올 함량 95% 이상). 그래서 더치 진의 몰트와인 대비 곡물의 풍미는 없지만, 그만큼 깔끔한 맛을 낸다. 이렇게 추출한 주정에 물을 섞어 60%정도로 도수를 낮춘 뒤, 더치 진과 같은 단식 증류 방식으로 향료와 함께 2차 증류하여 향을 가미한다.
 
향료는 반드시 자연추출물이어야 하므로, 인공 향료를 사용해서는 안된다. 이 때 추출된 원액은 70% 이상의 알코올을 포함하며, 물을 섞어 37.5% 이상으로 희석한 뒤 병입한다. 2차 증류 과정에서 더치 진과 차이가 있다면, 더치 진은 생 쥬니퍼 베리를 사용하는 반면, 디스틸드 진은 말린 쥬니퍼 베리를 사용한다. 디스틸드 진의 한 가지 특징은, 증류 후에 전화당과 함께 다른 향료, 색소를 가미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마지막 병입 시 추가되는 향료는 인공 향료도 허용된다.
 
런던 진(London Gin)
 
런던 진은 EU에서 규정한 가장 엄격한 이름이다. 모든 향료는 주정과 함께 증류되어야만 하며, 증류가 완료된 후 물 이외에 추가적인 원료를 넣을 수 없다. 런던 진이라는 것은 쥬니퍼베리의 향이 나는 증류주로서, 곡물을 사용해 만든 주정과 향을 내는 자연(natural) 항료가 반드시 함께 증류되어야 하며, 증류가 완료된 후에 전화당을 제외한 다른 어떠한 향료도 가미되지 않아야 한다.
 
따라서 런던 드라이 진(London Dry Gin)이라고 하면, 런던 진 중에서도 드라이하게 만들어진 진을 말한다. 런던 진은 영국식 진을 대표하는, 가장 고급 진으로 일반적으로 드라이 스타일기 때문에 '런던 드라이 진(London Dry Gin)'이 고유 명사처럼 쓰인다. 런던 드라이 진이라는 표현은, 스카치 위스키나 꼬냑, 데낄라와는 다르게 런던(심지어는 영국)에서 만들지 않아도 제조방법만 맞는다면 그 이름을 붙일 수 있다.


올드 톰 진(Old Tom Gin)
 
더치 진이 런던 드라이진으로 변모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스타일이 올드 톰 진(Old Tom Gin)이다. 더치 진 보다는 드라이 하지만, 런던 드라이 진 보다는 달다. 그래서 올드톰진을 Missing Link(잃어버린 연결고리)라고 부르기도 한다. 과도기의 산물인만큼, 런던 드라이 진으로 완전히 넘어온 상황에서 대부분 사라져 갔으나, 미국에서 1980년대에 일어난 '크래프트 칵테일 무브먼트(Craft Cocktail Movement)'에 힘입어, 그 인기가 다시금 올라가기 시작했다. 영국에서 진이 처음 부상했던 시기에, 진은 고급 술이 아니었다.
 
"Drunk for 1 penny, Dead drunk for tuppence, Straw for nothing!(취하는데 한 푼, 만취하는데 두 푼이니 제대로 취해보자)"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매우 저렴하고 대중적인 술이었다. 가격이 저렴한 만큼 품질도 낮았다. 연속식 증류법은 개발되지 않아 모두 단식 증류를 사용하던 시절이다. 단식 증류 시에는 반드시, 불순물이 많이 섞인 구간인 초류(Foreshot)와 후류(Feint)를 제외한 중류(Heart)만을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당시 증류소는 매우 영세하였으며,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이 '중류' 구간을 매우 넓게 산정하였다. 따라서 추출한 주정(Spirit)에는 상당한 불순물이 섞여 있어, 그냥은 마시기 어려운 조잡한 향을 냈다.
 
그래서 증류업자들은 술에 감초와 설탕, 다양한 향료들을 섞어 팔기 시작했으며, 이것이 바로 올드 톰 진의 원류다. 올드 톰 진(Old Tom Gin)이라는 이름이 붙은데는 다양한 설이 존재한다. 가장 대표적인 설은 올드톰진의 판매 방식에서 유래되었다는 이야기다. 당시 영국에 늙은 수고양이(Old Tomcat)의 간판이 있는 술집이 있었는데, 이 간판의 아래에는 동전을 넣을 수 있는 구멍이 있었다. 그 구멍에 동전을 넣으면, 진(Gin)이 나왔는데, 그래서 '올드 톰 진' 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것이다.
 
비슷하지만 약간 다른 설은, 당시 영국 정부에서 진(Gin)으로 인해 대중들이 알콜 중독수준으로 피폐해지자 세금인상 등의 규제를 가했고, 정부의 눈을 속이기 위해 고양이(tomcat) 상에 튜브를 연결해 판매하여 이름이 붙었다는 설이다. 생산성을 위해 조잡한 원액을 만들고, 이를 숨기기 위해 당분과 향초를 풍부하게 섞어 만들었던 술. 올드 톰 진은 연속 증류기로인한 생산성과 고품질의 두 가지 조합이 가능해짐에 따라 사라져갔다. 아마 앞서 언급한 크래프트 칵테일 무브먼트가 아니었다면 정말 사라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재는 Ransom Spirits, Hayman's와 같은 브랜드에서 적극적으로 판매를 하고 있으며, 런던 드라이 진으로 유명한 탱커레이(Tanqueray)에서도 올드톰진 스타일의 제품을 출시하는 등, Missing Link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뉴 웨스턴 진(New Western Gin)
 
더치진에서 올드톰으로, 다시 런던 드라이진으로 변모해가던 진(Gin)의 모습은 1990년대에 들어 다시 한 번 변화를 맞이한다. EU의 진(Gin)에 대한 규정을 따를 필요가 없는 미국에서 새로운 모습의 진들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진(Gin)들은 분명 곡물을 발효하여 주정으로 사용하였으며, 쥬니퍼베리향도 내포하고 있지만, 고든스(Gordons)도, 비피터도(Beefeater), 탱커레이(Tanqueray)의 맛은 아니다. 기존의 통념상 진(Gin)의 향은 'Juniper-dominant'하여야 하지만, 새로운 진(Gin)은 쥬니퍼베리의 향이 다른 향들과 복합적으로 그리고 대등하게, 혹은 더 도드라지게 섞여있다. 대표적인 제품은 핸드릭스(Hendrick's), 애비에이션(Aviation) 등. 이러한 진(Gin)들은 더치 진도, 올드 톰 진도, 런던 진도 아닌 것이다.
 
그래서 새로운 분류가 등장했는데, 이를 뉴 웨스턴 진(New Western Gin) 혹은 뉴 아메리칸 진(New American Gin)이라고 한다. 뉴 웨스턴 진은 사실 명확한 분류도, 공인된 명칭도 아니다.

반응형
그리드형

댓글


TOP

Designed by 티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