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맥주를 제조하는 홉이 유럽과 미국의 맥주에 들어가는 홉이 다른 것은 아니지만 독일에서는 쓰지 않았을 시트러스한 품종의 홉이 들어가고 바이에른 지방의 효모는 사용하지 않아 눅진한 바닐라와 정향의 맛은 나지 않는 밀맥주를 대체로 미국식 밀맥주, 아메리칸 위트 스타일의 맥주로 분류합니다. 이런 맥주에는 홉을 너무 많이 넣은 나머지 밀이 들어간건지 보리만 사용한건지는 생각조차 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밀과 보리라는 기본적인 재료의 깊은 맛과 밸런스보다는 화려한 겉치장의 비중이 높은 느낌입니다.
맥주 거품의 과학
맥주의 거품은 종종 피하고 싶긴 하지만 덥고 목말라 시원한 맥주를 갈망하며 급하게 딸때 맥주보다도 많은 거품이 생기는 바람에 거품이 꺼질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큰 피쳐 맥주를 종이컵에 따랐다가는 미지근하고 맛도 없는 거품이 맥주를 덮어버리기도 하는 우를 범하기도 하죠. 하지만 거품은 맥주에게 아주 소중한 존재이며 맥주의 일부로 맥주 거품은 잔 안에 맥주를 가둬 향과 탄산이 날아가는 것을 막아주고, 맥주를 마실 때 입에 닿는 질감을 더 부드럽게 만들어주며, 적당한 비율로 생겼을 때 굉장한 아름다움마저 선사해 줍니다. 맥주에 거품이 어떻게 생기는 것인지, 왜 맥주에만 그런 거품이 생기는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기본적으로 거품은 이산화탄소 방울입니다.
기네스 맥주의 과학 위젯 플라스틱 볼의 작용
기네스 맥주 캔 속의 작은 탁구공처럼 속이 빈 플라스틱 공 모양의 위젯에는 작은 구멍이 나 있는데 위젯은 맥주와 압축질소와 함께 캔에 담겨 압축 포장되는데 이때 위젯에 난 구멍으로 압축질소와 소량의 맥주가 흘러들어 가게 된다. 캔을 개봉하면, 캔 내 고압 공기가 캔 밖의 저압 공기와 만나면서, 캔 내 기압이 캔 외 기압과 같은 정도로 급속히 떨어진다. 그러나 위젯 내 기압은 캔 내 기압보다 훨씬 늦게 떨어져, 위젯 안에 들어 있던 질소와 맥주는 나중에 구멍을 통해 뿜어져 나오게 된다. 뿜어져 나온 질소 가스는 작은 거품을 형성해, 추가로 맥주 표면에 두껍고 부드러운 거품 층을 만든다. 기네스는 1969년에 위젯을 특허 냈지만, 20년 후인 1989년에야 위젯 1세대를 출시할 수 있었다. 납작한 구 모양으로 캔의 바닥에 부착됐던 1세대 위젯은 맥주가 차가운 상태에서는 제 역할을 했지만, 온도가 높은 상태에선 맥주를 사방으로 터지게 했다. 이를 보완해 기네스는 1997년 오늘날에 쓰이는, 떠다니는 볼모양의 위젯을 개발했다. 80년대 말 기네스가 위젯을 담은 흑맥주를 출시하고 그 인기가 퍼져, 현재는 영국의 올드스펙클드헨(Old Speckled Hen), 영스더블초콜릿스타우트(Young's Double Chocolate Stout), 머피스아이리시스타우트(Murphy's Stout), 보딩턴펍에일(Boddingtons Pub Ale) 등 다양한 주류업체가 위젯을 캔에 담아 판매한다. 기네스가 보통 주류업체들이 맥주 거품을 만들 때 사용하는 이산화탄소가 아닌 질소를 사용한 이유는 더욱 부드럽고 단 풍미를 내기 위해서다. 질소가스가 만들어내는 거품은 이산화탄소가 만들어내는 거품보다 훨씬 작아, 부드럽고 섬세한 거품 층을 형성한다.
맥주의 탄산과 종이컵에 따르는 거품
톡 쏘는 맛을 위해 대부분의 맥주는 정상적으로 물이 녹일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많은 이산화탄소를 가지고 있는데 이산화탄소를 담아내기 위해 보통 캔, 병, 생맥주 케그는 높은 압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캔을 따는 순간, 병을 여는 순간 압력은 사라지고 더 이상 액체에 녹지 못하는 이산화탄소가 액체 안에서 기체 방울을 이루게 됩니다. 이 방울은 액체보다 가벼워서 위로 떠오르고, 표면에 도달해 바깥 공기를 만나면 참았던 숨을 내쉬며 공기 중으로 달아나는데 이 과정은 탄산이 들어간 모든 음료에게 공통입니다. 이 액체가 탄산음료가 아닌 맥주라면, 한 가지 다른 점이 생기는데 이산화탄소 방울이 위로 떠오르는 동안, 보리 등 곡물에서 나온 단백질 덩어리가 엉깁니다. 정확히 말하면 아미노산으로 이루어진 체인, 혹은 섬유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덕분에 이산화탄소 방울이 떠올라 맥주 표면에 닿아도, 바깥 공기와 만나 자유롭게 섞이는 것이 아니라 엉긴 단백질 섬유 안에 갇혀 잘 터지지 않습니다. 이렇게 해서 하얗고 오래 가는 맥주 거품이 맥주 표면에 눈처럼 쌓이게 되는데 사실, 완전무결하게 균일한 맥주의 내부에서는 아무리 이산화탄소가 많아도 방울이 생기지 않습니다.
이산화탄소 방울이 자연히 생기려면 바깥의 압력보다 100배는 많은 이산화탄소가 맥주 안에 들어있어야 합니다. 이와 굉장히 비슷한 과학 현상이 있는데 완전무결하게 균일한 물이라면 온도를 아무리 낮춰도 얼음이 되지 않지만, 조금만 흔들어 주면 순식간에 얼어버립니다. 대기 중의 수증기도 그냥 물방울이 되지는 않습니다. 작은 먼지와 같이 물이 엉길 수 있는 덩어리, 즉 응결핵이 있어야 수증기가 물방울이 되고 구름이 되고 비가 될 수 있습니다. 이 사실을 이용해 하늘에 응결핵을 뿌려주는 것이 인공 강수의 원리이기도 하죠. 이를 과냉각, 과포화 현상이라고 합니다. 맥주도 마찬가지로 현실적으로 맥주에 이산화탄소 방울이 생기려면 '응결핵'이 필요합니다. 응결핵이 될 수 있는 요소는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맥주잔을 깨끗이 닦지 않아 잔 표면에 묻어있는 이물질, 닦았는데 아직 덜 말라 묻어 있는 물방울, 너무 깨끗하게 닦은 나머지 행주에서 옮겨 붙은 미세한 실오라기, 맥주가 높은 곳에서 잔으로 떨어지는 동안 섞여 들어간 공기 방울, 잔의 표면 중 미세하게 울퉁불퉁한 홈에 들어있던 작은 공기방울 맥주를 종이컵에 따르면 거품이 많이 생기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종이가 유리보다 마찰이 크고, 미세하게 울퉁불퉁한 정도가 심한 것이죠. 이와 같은 요소들 때문에, 맥주에 대해 매우 엄격한 사람들은 맥주를 무조건 잘 닦고 잘 말린 깨끗한 유리잔에 따라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기네스의 거품을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무엇일까요? 기네스의 거품 기네스 맥주에는, 이산화탄소 뿐만 아니라 질소가 들어갑니다. 질소는 물에 녹는 정도, 용해도가 이산화탄소보다 훨씬 작습니다. 차가운 맥주 온도에서는 무려 100배나 작습니다. 거품이 생기려면 응결핵 주위로 기체가 모여야 하는데, 맥주 안에 질소가 과포화되어 있어도 이산화탄소만큼 많지가 않은 겁니다. 자연히 기체 방울의 크기가 작아집니다. 작은 질소 방울이 떠오르면서 단백질과 엉깁니다. 방울이 작으면 작을수록, 그 부피 대비 표면적이 넓어집니다. 부피는 지름의 세제곱, 표면적은 제곱에 비례하기 때문이죠.
표면적이 넓은 만큼 기체 방울은 자신의 몸집에 비해 더 많은 단백질과 단단히 엉기게 되고, 따라서 작은 거품일수록 더 오래 터지지 않고 남아있습니다. 따라서 질소 거품은 알갱이가 작고 오래 가는 특성이 있습니다. 기네스는 맥주를 만들 때 질소를 주입해 과포화 상태로 만듭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기네스는 다른 맥주에 비해 훨씬 부드럽고 오래 가는 거품을 가지게 됩니다. 실제로 잘 따른 기네스를 보시면, 알갱이 하나하나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거품이라는 생각보다는 크림을 얹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 크리미한 거품은 기네스 맥주의 검은 색과 명확한 대비를 이뤄 더욱 아름답습니다. 게다가 이 거품은 입에 들어갔을 때마저도 크리미한 느낌이 듭니다. 혀에 닿아도 쉽게 꺼지지 않고 맥주와 섞여 스펀지처럼, 크림처럼 부드러운 질감을 선사해줍니다.
기네스 흑맥주 따르는 방법
기네스의 질소 위젯 그런데, 맥주에 질소를 넣는 데에는 한 가지 중대한 문제점이 있습니다. 질소의 용해도가 이산화탄소보다 100배나 작다고 했는데요. 이 점은 질소 거품을 잘게 만드는 효과가 있지만, 그 이전에 아예 거품이 별로 안 생기게 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제아무리 거품이 예술이라도, 거품이 안 생기면 말짱 도루묵입니다. 그래서 기네스가 고안한 것이 질소 위젯과 따르는 방법입니다. 4캔 만원짜리 기네스 캔맥주를 드셔보셨다면, 그 안에 뭔가가 들어있다는 느낌을 받으신 적이 없으신가요? 기네스의 캔 및 병맥주에는, 플라스틱 볼 혹은 막대 형태의 위젯이 들어가 있습니다. 맥주를 포장할 때, 위젯을 넣고 액체 질소를 주입하고 뚜껑을 닫으면, 액체 질소에서 맥주가 다 녹일 수 없는 양의 질소가 나오고, 캔 안의 압력이 높아집니다. 이 압력 때문에, 여분의 질소가 미세한 구멍을 가진 플라스틱 위젯 안으로 들어갑니다. 그렇게 맥주가 유통된 후 소비자가 캔을 따는 순간, 경쾌한 소리와 함께 캔 안의 압력이 낮아지고, 위젯 안의 질소가 미세한 구멍을 통해 다시 빠져나옵니다. 그리고 미세한 구멍을 통해 조금씩 빠져나온 미세한 질소 방울은 떠올라 기네스의 트레이드마크인 질소 거품을 만듭니다. 기네스 생맥주는 또 하나의 예술 작품입니다.
기네스 생맥주에는 질소가 빵빵하게 들어있으며, 기네스 생맥주를 따르는 탭(수도꼭지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에는 맥주가 미세한 구멍을 통과하게 만드는 장치가 있습니다. 이 장치를 지나간 맥주에는 미세한 공기방울들이 생겨, 질소를 위한 응결핵 역할을 합니다. 기네스에서는 이 생맥주 한 잔에 더욱 예술적인 가치를 부여하기 위해, 두 번에 걸쳐 따르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먼저 잔을 기울여 3/4 정도가 차게 따른 후, 그나마 큰 거품들은 터져버려 더 오래 가는 거품만 남을 수 있도록 잠시 기다리는데, 이 기다리는 시간은 정확히 119.53초입니다. 그리고 잔을 세워 마저 채우는 것입니다. 혹시 안타깝게도 0.01초 단위를 지원하지 않는 타이머를 가지고 계시다면, 눈물을 머금고 120초를 기다리시면 되겠습니다. 이 2분간의 기다림을 두고 기네스는 '기다리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Good things come to those who wait)' 라는 기가 막힌 광고 카피를 들고 나오기도 했습니다. 한 술 더 떠서 초음파를 이용해 거품을 일으키는 기계도 만들었는데 서징Surging이라고 부르는 이 과정을 통해 질소 거품을 극한까지 일으킨 기네스 한 잔은 살면서 한 번쯤 꼭 먹어볼 만합니다. 특히 기네스는 다른 스타우트에 비해 쓴 맛이 절제된 편이기 때문에 스타우트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이 입문하기에도 부담이 적습니다. 단, 기네스에는 질소를 넣느라 이산화탄소가 별로 들어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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