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술하면 보드카만 생각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폴란드 위스키, 골드 워터, 맥주까지! 각양각색 폴란드 지역을 대표하는 전통주가 있다고 합니다. 허브를 재료로 장인이 빚은 날레프카 nalewka부터 긴 양조 역사를 바탕으로 빠르게 발전하는 수제 맥주, 루부스키에주(州) 지엘로나 구라 Zielona Góra와 카지미에시 돌니 Kazimierz Dolny에서 생산되는 와인까지, 폴란드에서 꼭 마셔봐야 할 지역별 전통주를 소개합니다.
1.두흐 푸슈치(Duch Puszczy) 포들라스키에주 밀조주
폴란드어로 숲의 영혼이라는 뜻을 가진 '두흐 푸슈치 Duch Puszczy'는 사모곤 samogon, 빔베르 bimber, 크시엥지추프카 księżycówka 등으로 불리는 알코올 도수가 높은 밀조주 중 하나입니다. 보통 150 proof (역주: 100 proof는 영국에서 알코올 도수 57.1%, 미국에서 50%로 규정)의 높은 알코올 함량을 갖는 호밀 증류주로, 19세기부터 폴란드 동부 포들라시에 지역에서 생산되어 온 술입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비아워비에자 Białowieża 숲이 있는 폴란드 동부 지역은 빼곡한 숲으로 덮여있어 다른 지역과 분리되어 있었고, 법의 감시망을 피하기에 완벽한 장소였습니다. 또한 밀조주의 대부분은 술을 '마실 수 있게' 만들어 주는 맑은 물을 구할 수 있는 곳에서 불법적으로 생산되었습니다. 오늘날 포들라시에 지역의 몇몇 소규모 양조장들은 합법적으로 상표 등록 과정을 거쳐 전통 레시피를 사용해 만든 두흐 푸슈치와 꿀 또는 허브로 맛을 낸 두흐 푸슈치를 생산・판매하고 있습니다.
2.뎁투하(Deptucha) 루부스키주 폴란드 베일리스
뎁투하는 18세기부터 생산되어온 산양유를 재료로 한 날레프카 nalewka의 일종으로 마르멜루 혹은 레몬과 같은 상큼한 과일에 설탕을 넣어 단맛을 더하고, 과일즙이 나오기 시작하면 도수가 높은 담금주용 술과 맛을 중화시켜주는 산양유를 넣어줍니다. '뎁투하 Deptucha'라는 이름은 '짓이기다'라는 뜻의 폴란드어 동사 '뎁타치 deptać'에서 온 것으로, 자른 과일이 아닌 뭉갠 과일을 재료로 술을 빚는 방법에서 유래했습니다. 오늘날 뎁투하는 폴란드 지역특산물로 등록되어 인정받고 있습니다.
3.골트바서(Goldwasser) 그단크스의 고급술
'단치거 골트바서 Danziger Goldwasser'는 독일어로 '그단스크의 황금 물'이라는 뜻으로, 16세기 네덜란드 이민자 암브로시위스 페르묄런 Ambrosius Vermeulen가 만든 강한 허브 맛이 특징인 리큐어입니다. 오리지널 레시피에 따르면 골트바서에는 카다멈, 정향, 고수, 타임, 라벤더, 주니퍼 등 20종류의 허브와 향신료를 비롯해 가장 중요한 재료인 23캐럿 금 조각이 재료로 사용됩니다. 골트바서는 과거 러시아 표트르 대제와 프랑스 루이 14세와 같은 애주가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고급술이기도 합니다. 오늘날 오리지널 단치거 골트바서는 독일에서만 생산되고 있지만, 여전히 그단스크의 상징 중 하나로 남아 시내 고급 레스토랑에서 판매되고 있습니다.
4.전통 아이스 사이다 사과로 만든 트셰브니차(Trzebnica)의 보물
19세기부터 시작된 폴란드 사이다 생산의 역사는 어느 순간 폴란드 양조 시장에서 거의 완전히 자취를 감췄습니다. 유명 사과 생산지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게 한동안 폴란드에서 찾아볼 수 없던 사이더 양조의 전통은 약 10년 전, 부활했습니다. 슈퍼에서 손쉽게 살 수 있는 일반적인 사과 사이다 보다는 설탕 없이 사과만을 발효해 만든 전통 사과 사이다를 맛보시길 바랍니다. 돌니실롱스크 지역의 도시 트셰브니차 Trzebnica에서 온 헨리크 노바코프스키 Henryk Nowakowski는 빌뉴스에 거주하는 할아버지로부터 사과 사이다 만드는 법을 배웠고, 현재 전통 사이더와 아이스 사이다 두 가지 모두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아이스 사이다는 캐나다의 아이스 와인과 마찬가지로 낮은 기온으로 인해 자연적으로 언 사과를 재료로 만드는 사이다입니다.
5.피보 코지초베(Piwo kozicowe) 마조비아 주니퍼 맥주
주니퍼 베리, 홉 열매, 꿀을 재료로 만드는 피보 코지초베는 마조비아 쿠르피에 Kurpie 사람들이 즐겨 마시는 낮은 도수의 맥주입니다. 전통적으로 19세기-20세기 초 결혼식에서 마시던 음료였으나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이러한 전통은 사라지게 되었고,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민속축제에서 다시 발견된 술입니다. '맥주'라는 뜻의 폴란드어 단어 '피보 piwo'가 이름에 들어가는 것과 달리 양조 과정에서 맥아는 사용되지 않습니다. 마조비아 지역에서 주로 생산되는 주니퍼 베리는 피보 코지초베의 주재료로, 처음에는 단맛을 내기 위해 사용되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레시피 또한 변화하게 되었고, 꿀 또는 설탕과 같은 재료가 첨가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주니퍼 베리는 피보 코지초베의 주재료라기보다는 향과 맛을 주는 재료가 되었습니다.
6.미오둘라(Miodula) 실롱스크 꿀 보드카
미오둔카 miodunka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는 꿀맛 보드카 미오둘라 Miodula는 폴란드 남부 실롱스크 지역 도시 치에신 Cieszyn과 지비에츠치즈나 Żywiecczyzna 지역 특산물입니다. 합스부르크의 오스트리아 통치 시절부터 유명세를 얻기 시작한 술로, 실롱스크 지역 요리책에서 자주 등장하는 전통술입니다. 만드는 방법은 아주 간단합니다. 꿀 한 컵, 물 한 컵, 정제주 한 컵을 넣고 잘 섞은 뒤 숙성의 과정을 거치면 완성됩니다. 숙성 과정에서 종종 잘 흔들어주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집에서 만들기 가장 간편한 날레프카 nalewka이기도 합니다. 시나몬, 바닐라, 버터, 정향과 같은 재료를 추가로 넣으면 특별한 풍미가 더해집니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미오둘라로는 미오둘라 프레지덴츠카 Miodula Prezydencka, 미오둘라 스타로폴스카 Miodula Staropolska가 있습니다.
7.스타르카(Starka) 슈체친 폴란드 위스키
'폴란드 위스키'라고 불리기도 하는 스타르카 Starka는 사실 위스키도, 버번도, 보드카도 아닌 술입니다. 아마 스타르카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말은 '숙성 보드카'가 아닐까 싶습니다. 호밀이 주재료인 증류주 스타르카는 15세기 초 폴란드와 리투아니아에서 생산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가정에서는 장남이 태어나면 헝가리산 와인을 저장하던 오크통에 보드카를 넣고, 아들이 결혼할 때까지 이 보드카를 숙성을 시켰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주류 산업이 국유화됨에 따라 스타르카는 주류 생산을 독점하던 폴모스 Polmos에서 생산되기 시작했습니다. 1947년 숙성을 시작한 스타르카는 8년이 지난 뒤에서야 처음으로 판매되었습니다. 하지만 이후 폴모스가 파산하면서 스타르카는 2009년부터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습니다. 7년이 지난 뒤, 스타르카 슈체친 보드카 공장 Szczecińska Fabryka Wódek Starka에서 다시 스타르카 판매를 재개했습니다. 과거 판매량을 토대로 추측해 보건대, 약 1억 달러 이상의 가치를 가지는 술이 지하실에서 숙성되고 있을 겁니다.
8.주브루프카(Żubrówka) 비아위스토크 폴란드 술의 진수
웨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 등장한 공화국 이름이기도 한 '주브루프카 Żubrówka'는 세계 80개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세계에 가장 널리 알려진 폴란드 술입니다. '유럽 들소 풀 보드카'로 유명한 주브루프카 병 안에는 폴란드 비아워비에자 Białowieża숲에서 서식하는 유럽 들소 '주브르 żubr'의 먹이인 풀이 들어있어 신선한 건초 향을 더합니다. 16세기부터 생산되기 시작한 주브루프카는 시장에서 빠르게 인기를 얻기 시작했고, 오늘날 사람들은 보드카에 사과 주스를 더 한 샤를로트카szarlotka (역주: 사과 파이)라는 이름의 칵테일을 만들어 먹습니다.
[출처: 폴란드를 대표하는 지역 전통주 8가지 | Artykuł | Culture.p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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