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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이야기하는 소주는 전통주인가?
보통 증류식 소주는 쌀·보리 등 재료를 발효시킨 뒤 증류해 만든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소주는 희석식 소주다. 주정에 물을 타고 감미료를 넣어 맛을 낸다. 일반 소주와 제조 방식부터 다르기 때문에 가격이 비싸다. 그래서 그동안 증류식 소주는 ‘고급 술’ ‘중요한 자리에서 마시는 술’로 인식돼왔고, 경제력이 있는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소비됐기에 대중에게 다가가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실제로 광주요그룹이 고급 한식에 어울리는 전통주의 필요성을 느껴 만든 술인 화요는 출시 후 10년 동안 적자를 겪었다. 2016년 야심 차게 등장했던 롯데칠성의 증류식 소주 ‘대장부’는 시장의 벽을 넘어서지 못한 채 단종되기도 했다. 그만큼 증류식 소주의 대중화는 어려웠다.
전통주와 지역특산주의 차이, 전통주 분류 기준
원스피리츠의 원소주는 전통주다. 국순당이 만드는 백세주는 전통주가 아니다. 비전레드의 애플사이더인 ‘댄싱사이더’는 전통주다. 와인이나 위스키가 전통주일 수도 있다. 막걸리는 전통주인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다. 서울장수막걸리는 전통주가 아니다. 애매하고 혼란스럽다. 우리의 상식 속 전통주와 현행법 속 전통주가 다른 이유는 뭘까. 최근 원소주를 비롯한 증류식 소주가 인기를 끌면서, 전통주 분류 기준에 대한 논란에 다시 불이 붙었다. 소비자가 생각하는 전통주의 개념을 관련 법이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단순히 개념 정의의 문제만은 아니다. 유통 경로와 세금이 걸려있다. 2017년 정부는 전통주 보호와 육성 차원에서 전통주의 온라인 판매를 허용했다. 주세도 50% 감면받을 수 있다.
사실 전통주 분류 기준에 대한 지적은 이전부터 존재했다. 현행법상 전통주의 기준은 뭘까. 전통주 등의 산업진흥에 관한 법(전통주산업법)과 주세법에 따르면 전통주는 ‘민속주’이거나 ‘지역특산주’여야 한다. 국가가 지정한 무형문화재이거나, 식품명인이 만든 술이거나, 지역 농민이 그 지역의 농산물로 만든 술이어야 전통주로 인정된다. 반대로 말해 해당 요건을 채우지 못하면 전통주가 아니라는 얘기다. 원소주는 농업회사법인인 원스피리츠가 강원도 원주의 양조장에서 원주 쌀을 사용해 만든 술이기 때문에 전통주다. 7월에 출시될 임창정의 소주 한잔은 충북 청주의 전통주 양조업체 조은술세종과 협업해 국산 쌀로 빚기 때문에 전통주다.
화요, 백세주, 장수생막걸리 등은 전통주로 인정받지 못한다. 화요를 만드는 광주요는 농업법인이 아니기 때문에 전통주 요건을 통과하지 못한다. 백걸리는 전통 제조방식으로 만들어지지만 백걸리를 생산하는 더본코리아도 농업법인이 아니기 때문에 백걸리는 전통주가 될 수 없다. 장수생막걸리는 지역 농업법인이 생산하지만 유통 물량을 충당하기 위해 원재료에 수입산 쌀이 들어가고, 국순당의 백세주는 국산 쌀을 사용하지만 원재료 일부가 수입산이기 때문에 탈락이다. 반대로 와인과 위스키가 전통주인 경우도 있다. 지역 농민이 지역 재료를 활용해 만들면 전통주의 요건에 해당하기 때문. 전북 무주에서 재배되는 머루로 만든 와인, 경북 문경에서 재배되는 사과로 만든 위스키는 전통주로 분류된다. 토끼소주는 미국인이 외국에서 처음 개발했지만, 2020년 충북 충주에 농업법인을 설립하고 충주 지역의 원재료로 만들기 때문에 전통주다.
전통주에 대한 개념 정립의 필요성
이렇게 모호한 기준 때문에 전통주 개념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통주 개념이 협소해 우리 술 복원사업을 전개하거나 전통주를 계승하는 회사 제품들이 전통주로 분류되지 못하고, 다른 주종들만 혜택을 누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서 거론되는 방안은 민속주와 지역특산주의 구분이다. 와인, 맥주, 위스키 등 지역 농민이 지역 재료를 이용해 만든 술은 전통주가 아닌 ‘지역특산주’로 관리하고, 막걸리 등 전통주로 인식되는 술은 ‘전통주’로 구분해 관리하자는 것이다.
6월15일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개최한 ‘2022년 전통주 산업발전 포럼’에서는 예로부터 전승돼 오는 원리를 계승·발전시키는 술을 전통주에 추가하는 방안, 지역특산주를 전통주로부터 별도로 독립시키는 방안, 대형 업체가 생산하는 막걸리를 전통주에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 등이 거론됐다. 산업 진흥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 전통주에 대한 개념 정리를 빨리 끝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농림부는 총 5회에 걸친 포럼을 통해 전통주 산업발전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관련 법 개정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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